조선시대 임금은 백성과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하므로 건강이 중요했어요. 이에 신선하고, 귀한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몸을 보양(몸을 편안하게 해 건강을 잘 돌봄)했지요. 하지만 왕은 궁중음식 외의 음식은 먹을 수 없었어요. 이에 전국의 백성들이 올린 식재료를 궁궐의 요리사들이 맛있게 요리해 왕의 수라상(임금에게 올리는 밥상을 높여 이르는 말)에 올렸어요. 심지어 조선의 왕은 하루 평균 5번의 식사를 했는데요. 수라상에는 밥과 국, 김치 등은 물론이고 구이, 조림, 젓갈 등의 산해진미(산과 바다에서 나는 온갖 진귀한 물건으로 차린 맛이 좋은 음식)가 올랐지요. 그럼에도 자연재해 등으로 백성의 삶이 힘들 땐 반찬을 줄여 백성의 고통에 공감했어요. 잔치가 벌어졌을 땐 잔치를 준비하느라 수고한 모두에게 음식을 내려 애쓴 마음을 위로하기도 했고요. 수라상에 담긴 음식의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에서 내년 2월 2일(일)까지 열리는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 특별전을 다녀왔어요. '귤' 하나도 꼼꼼하게
전시장 입구의 큰 화면 앞에 사람들이 멈춰서 무언가를 보고 있어요. '전국의 식재료가 왕의 밥상에 오르기까지'란 2분 40초짜리 애니메이션이에요. 조선시대에는 △함경도의 돼지 △황해도의 생대합조개 △경기도의 생굴 △강원도의 말린 광어 △충청도의 송이 △경상도의 꿩 △전라도의 말린 숭어 △제주도의 감귤 등이 매달 한 차례씩 궁궐로 들어왔어요. 각 도마다 귀한 음식을 임금에게 올린 것. 특히 화면 옆에선 '제주에서 진상(진귀한 물품을 임금에게 바침)할 감귤을 준비하는 그림'(1703)을 볼 수 있는데요. 마당에서 여성 40명이 귤이 가득 담긴 바구니 앞에 앉아 귤 중에서도 모양이 가장 예쁜 것을 골라내고 있어요. 지금의 제주도지사인 제주목사는 귤이 잘 골라졌는지 다시 확인하고요. 10여 명의 남성은 짚으로 귤을 감싸 상자에 포장해요. 이 모든 작업을 관군(국가에 소속된 군대)들이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귤을 왕에게 바치는 일이 중요한 일이었음을 보여주지요. 이렇게 모여진 식재료, 어떻게 궁으로 향했을까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냉장 시설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식재료를 궁궐까지 신선하게 운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이에 해산물은 말리거나 젓갈로 만들고, 때로는 귀한 얼음을 사용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배와 수레에 실려 한양(오늘날의 서울)까지 운반된 식재료. 바로 임금의 상에 오르는 건 아니에요. 진상된 식재료가 상하진 않았는지, 개수는 맞는지 등을 확인한 후 '숙수'라는 궁궐의 남성 요리사들이 왕을 위한 음식을 만들었지요. 잔치 한 번에 상 9개가?
조선의 제26대 왕인 고종(1852∼1919)이 임금의 자리에 오른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자, 41세 생신 잔치였던 1892년. 당시 잔치에선 안주상이 무려 9번이나 올랐어요. 놀라운 건 안주상이 한 번 오를 때마다 음식은 7가지가 올라 총 63가지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것. 전시에선 9개의 안주상 모형을 볼 수 있어요. 높이 쌓인 음식 위에는 형형색색의 꽃이 장식돼 있어 당시 잔치가 얼마나 화려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어요. 전시를 찾은 이들은 "우와, 예쁘다!"라며 감탄을 했어요. 그렇다고 왕이 이 음식을 혼자 먹은 건 아니에요. 잔치가 끝난 뒤에는 궁궐을 지키는 군인, 행사의 흥겨움을 돋우는 악공 등에게 음식과 술을 내려 경사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답니다. 나와 입맛 비슷한 조선의 왕은?
어린이부터 어른 할 것 없이 줄을 서있네요? 요새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인 'MBTI'를 변형한 체험 공간인데요. '나는 어떤 임금일까? 음식 취향 MBTI'에선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24가지 질문을 통해 나의 입맛과 맞는 조선의 임금을 알아볼 수 있어요. △건강보다 맛이 더 중요하다 △음식에 대한 호불호(좋음과 좋지 않음)가 강한 편이다 △혼밥보다 다 같이 먹는 것이 좋다 등의 질문에 답하니 기자는 조선의 제9대 왕인 성종과 입맛이 비슷했어요.
이 외에도 '궁중 잔치음식 만들기' 디지털 체험 공간에선 궁중 잔치의 고임상(음식을 높게 쌓는 것으로, 지위가 높을수록 더 높게 쌓아 올림)을 만들어볼 수 있답니다. 도움말=안보라 학예연구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