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문도 픽사(Mundo Pixar): 픽사, 상상의 세계로' 전시가 아시아 최초로 성수문화예술마당(서울 성동구)에서 열렸어요. 픽사는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사이드 아웃 등 애니메이션을 만든 회사로, '문도 픽사'는 스페인어로 픽사의 세계로 들어간단 의미. 영화 속 장면을 스크린 밖 현실 공간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13개의 공간이 한데 모인 전시를 지난달 28일 찾았어요. 전시장마다 각 영화와 어울리는 향기가 퍼지고, 익숙한 배경 음악이 흘러나와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맡고 듣는 재미까지 꽉 잡았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세 면을 감싸는 커다란 스크린 속에서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말을 거네요.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내가 바로주인공!
"마치 앤디의 장난감, 우디가 된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 중 토이 스토리를 가장 좋아한다는 권지용 군(경기 하남시 위례숲초 3)이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했어요. 토이 스토리는 사람이 없을 땐 장난감이 살아 움직인다는 내용의 영화. 1995년에 개봉한 토이 스토리는 픽사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이자 처음으로 전체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역사적인 작품이죠. 베이비파우더 향이 풍기는 토이 스토리 전시장에 들어서자 마치 장난감처럼 작아진 채로 주인공 앤디의 방 안에 들어온 듯했어요. 높게 점프하며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방문, 거인이 누워도 남을 것만 같은 커다란 침대가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죠.
이어 '몬스터 주식회사' 전시장에 들어서자 비명이 들려왔어요. 감독이 어릴 적 옷장 속 몬스터를 무서워했던 기억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주인공 몬스터 '설리'의 푸른 털이 정확히 232만413가닥일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작품. 몬스터가 밤마다 어린이의 방 속 마법의 문을 열고 나타나 겁을 준다는 영화의 설정처럼 천장엔 4개의 문이 레일을 타고 움직이고 있어요. 몬스터들은 어린이의 비명을 모아 비명 저장용 캔에 모으곤 하는데요. 실제 캔 위의 빨간 버튼을 누르자 "꺄아아아악!!" 약 5초 동안 어린이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답니다. 머리간질이고, 코끝엔향기가 실제 영화 속에 들어간 것처럼 비율과 구조를 다르게 꾸민 곳을 벗어나니 영화의 명장면을 눈앞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펼쳐졌어요.
빨강, 주황, 초록, 파랑의 알록달록한 기억 구슬이 가득 찬 이곳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컨트롤 본부'. 라일리의 감정 '기쁨이' '슬픔이',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불안이'까지 라일리의 감정을 조종할 때 사용하는 감정 조작 패널 앞에 서 있었죠. 라일리의 감정의 세계가 탄생한 비밀은 피트 닥터 감독의 딸에게 있어요. 어린 시절 활기차고 장난기가 많던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조용해지는 모습을 보며 이 영화를 구상했죠.
이어 커튼을 열자 반짝이는 얇은 천이 머리를 스치며 시원한 바다의 향이 퍼졌어요.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바닷속으로 들어온 것. 천장에 매달린 20마리의 해파리가 기다란 촉수를 내리고 있어 머리 위를 간지럽힌 거예요. 곳곳에서 퍼져 나오는 뿌연 연기 속 은은하게 비추는 푸른 조명 덕에 주인공 물고기 '니모'와 '도리'의 웃는 얼굴이 돋보였는데요. 재밌는 건 실제 물고기는 표정이 없기에 픽사 애니메이터들은 강아지의 표정을 참고해 물고기들의 감정 표현을 만들었다고. 숨겨진'룩소 볼'을 찾아라!
파란 줄무늬와 빨간 별이 그려져 있는 이 노란 공, 바로 픽사의 상징과도 같은 '룩소 볼'이에요. 룩소 볼은 1986년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인 '룩소 2세'에서 처음 등장한 후 그 이후 거의 모든 픽사 영화에 나왔지요. 이처럼 영화나 게임 속에 몰래 숨겨진 재미있는 비밀이나 장면을 '이스터 에그'라고 하는데요. 이번 전시에선 픽사의 이스터 에그인 '룩소 볼'이 13개의 전시 공간 곳곳에 숨겨져 있어 마치 보물찾기하듯 찾는 재미가 있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