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 11일 이틀간 진행된 미국과 중국 간의 고위급 경제·무역 회담 이후 미국 측 대표 제이미슨 그리어(왼쪽)와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제네바=AP뉴시스

[1]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미국을 심하게 속였다."(미국) "관세 전쟁이든 무역 전쟁이든 다른 어떤 전쟁이든 중국은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중국)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서로 치고받던 미국과 중국이 '90일 관세 휴전'에 들어갔어요.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에서 양국이 90일간 상호관세를 115%포인트씩똑같이 낮추기로 합의한 거예요.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매기는 관세는 145%에서 30%로 낮아지고, 중국이 미국산에 물렸던 보복관세 125%는 10%로 인하됐어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빅딜'이에요.

[2] 양국이 첫 협상부터 극적인 화해를 한 건 이대로 가다가는 두 나라 모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때문이에요.치킨게임 같은 관세 전쟁의 역풍으로미국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1분기 경제성장률은 ―0.3%로주저앉았어요. 관세 폭탄 우려에 기업들이 수입품을 미리 사재기하면서 미국의 무역 적자는 더 커졌고, 곧 마트 진열대가 텅 빌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어요. 내수·부동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역시 미국에 대한 수출이 막히면서 공장 폐업이 잇따르고 있어요.

[3] 속전속결 '휴전 담판'을 두고 양국 정부는 각각 자국의 승리라며 자축하는분위기예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미중 관계가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갔다"며 "가장 큰 성과는 중국의 시장 개방"이라고 평가했어요. 중국 관영매체 등도 "중국의 위대한 승리" "미국의 상호관세 남용에 처음으로 반격한 국가"라는 평가를 쏟아냈어요.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중국에 밀렸다"라는평가가 지배적이에요.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버티기에 트럼프가 중국에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공격적 전략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어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중국이 고통을 감수할 의지를 보이자 관세 강경책을 철회했다"라는 거예요.

[4]이번 관세 휴전이 영구적 평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예요. 관세 인하에 90일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데다 양국의 인식 차이가 커 후속 협상이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커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말 시진핑과 통화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양국 정상이 만나야 실질적인 관세 전쟁 종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불안한 휴전이긴 해도 한국의 1, 2위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의 긴장이 얼음이 녹듯 완화되는 분위기 속㉠우리나라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일이 줄어든 건 다행이지만, 우리나라의 발등에 떨어진 관세 폭탄은 아직 그대로예요.

동아일보 5월 14일 자 정임수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