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록샘 멘티 여러분!

저는 농어촌 소재 고등학교를 졸업해,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서영 멘토입니다.

‘초록샘’ 멘토링 활동이 많은 중고등학생들, 특히 농어촌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고안된 활동이니만큼 저의 합격 수기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여러분에게 유익할지 많이 고민해 보았어요. 그러다 문득 제가 중고등학교 시기에 가장 많이 고민했던 ‘진로 설정과 공부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오늘은 이 주제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학교에 잘 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많은 친구들이 진로와 관련된 체험이나 스스로 꿈을 정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낄 거예요. 특히 친구들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학업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이런 상황에서 ‘공부’에 압박을 느끼는 여러분의 힘듦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저 또한 중학교 때에는 누구보다 신나게 놀고, 그저 학교생활에 즐거움만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학생이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친구들과 공부한다는 핑계로 모여 놀거나, 점수가 낮은 성적표를 부모님 몰래 숨기는 일도 부지기수였죠. 그런 제가 변할 수 있었던 계기는 한 국어선생님의 칭찬 덕분이었습니다. 수업도 들어본 적 없었고, 얼굴조차 가물가물하던 선생님께서 ‘서영이는 글을 참 잘 쓰는구나’라며 건네신 칭찬은, 왠지 제가 무언가 큰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긍정적인 동기를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주어진, 내가 해야 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당시에는 꿈도 확실하지 않았고, 글쓰기를 칭찬받았으니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정말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 길을 성적이나 공부라는 걸림돌이 막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길에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부를 무작정 외면한다고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렇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성적이라는 결과만큼이나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과정’을 검토하며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학창시절 이후에도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는 ‘결과’에 그치지 않고, 대학교에서의 공부를 통해 얻은 새로운 꿈을 이루고자 그 목표를 위한 즐거운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여러분이 계획을 세우고 이루어가는 ‘과정’을 사랑하되 결과에 자체에 미련을 두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나의 삶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벤트들을 의미 있게 받아들여 때로는 새로운 길을 걷게 되거나, 결과가 아예 달라질 것 같더라도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조급하게 진로를 정할 필요도 없고, 꼭 진로가 확고해야만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확고하게 정했던 진로가 영영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직업을 위한 꿈이 아니라 삶을 위한 꿈인데, 조금 변하거나 늦는다고 해서 남들보다 뒤처질 것은 없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떳떳해야만 진짜 ‘공부’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점수에 상관없이 여러분이 국어를, 수학을, 영어를. 여러분의 약점을 포기하지 않고 시험 전날까지 붙잡고 있었던 기억은 언젠가 인생의 더 중요한 순간에서 여러분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다 할 공부방법을 담고 있지는 않은 글이었습니다만,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나 압박을 극복하며 느꼈던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이 합격수기에 간소하게나마 소개해 보았습니다. 조금 고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멘티 여러분 중 누구라도 저와 같은 고민을 했거나, 진로와 공부에 권태를 느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코로나 시국에서 모두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결과 때문에 과정을 포기하는 일은 없는 학창시절을 보내시길 바라고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