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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대신 빵 권하던 때도 있었다고? 먹거리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요. 최근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계속되며 밥을 사서 먹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와, 도시락 등으로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온가족이 모여 밥을 먹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에 들어선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집에서 배달을 시켜먹는 문화가 널리 자리하게 되었지요. 서울생활사박물관(서울 노원구)은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서울 시민들의 외식 생활을 바라보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요. 내년 3월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전시 ‘서울 외식 이야기’를 최근 찾아 서울의 외식 역사를 살펴봤어요. 뜨끈한 국밥으로 속을 든든하게
해방 이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의 서울은 한강의 북쪽, 즉 강북이 도시의 중심이었어요. 전통적으로 상업이 발달한 종로와 일제강점기 새로운 상업지로 떠오른 청계천 남쪽 골목에 음식점이 많았는데, 전시장 또한 골목골목을 따라 둘러볼 수 있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매달 일정한 보수(일한 대가로 주는 돈)를 받고 살림을 꾸려갔던 가장들. 이 시기 서울의 음식점들에서도 주머니가 가벼웠던 도시 노동자들의 애환(슬픔과 기쁨)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설렁탕, 곰탕 등 뜨끈한 국에 밥을 말아 먹는 끼니형 음식점들이 주를 이뤘던 것. 오늘날 역사가 깊은 국밥 음식점들이 강북 지역에 많이 몰려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전시장 한쪽에는 뽀얀 설렁탕 국물이 뚝배기에 담겨 눈길을 끌었어요. 그런데 밥은 찾아볼 수 없고, 소면만이 그릇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인 쌀이 충분히 생산되지 않았어요. 정부는 쌀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식당에서 밥을 팔지 못하게 했습니다. 미국에서 들여온 값싼 밀가루로 만든 면이나 만두 등이 밥을 대신하게 되었는데, 오늘날 설렁탕 속 남은 소면이 그 역사를 증명해요.
이 무렵 정부는 하루 한 끼를 밥 대신 빵이나 국수로 대신하라고 적극 권하기도 했습니다. 쌀 소비량이 줄어 걱정하는 요즘과 대조적이지요? 이때에 우리나라에 빵집과 국수 공장들, 자장면집이 대거(한꺼번에 많이) 생겨났지요. 식당 이름에 ‘정원’ 붙은 이유 1970년대에 들어서며 서울은 급격하게 도시화됐어요. 인구 밀도가 높아졌고, 강남으로까지 도시 중심이 확장되었지요.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삶이 윤택(살림이 풍부함)해짐에 따라 고기 소비량도 늘었어요. 이 시기 아파트에 거주했던 시민들은 주말이 되면 가족들과 자가용을 타고 도시의 외곽(바깥 테두리)으로 나가 단란한 외식을 즐겼어요. 밭에 평상(밖에다 내어 앉거나 눕도록 만든 것)을 펴놓고 고기를 먹는 가족들 옆으로 어린이들은 정원에서 자유롭게 뛰놀았지요. 오늘날 식당의 이름에서 ‘가든’이나 ‘정원’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이때의 흔적이 남아있는 거예요.
교통 발전이 외식에 끼친 영향 서울을 한 바퀴 빙 도는 지하철 2호선과 고속도로 개통 등 교통의 발달은 우리가 현재 더 풍요롭게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건국대 인근 양꼬치거리, 신림동 순대타운, 왕십리 곱창골목 등 특정 지역 위주로 발달되었던 음식 문화 거리들을 자유롭게 찾아가며 즐길 수 있게 된 것. 오늘날 외식은 단순한 끼니 해결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과 유지의 의미를 지녀요. 무얼 먹을지 고르는 행위부터가 하나의 문화가 되었지요. 이번 전시를 기획한 황혜전 학예연구사님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진 변화는 외식의 빈도수(같은 현상이나 일이 반복되는 도수)”라고 말했어요. 1990년대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루어졌던 외식은 오늘날 하루에 한 번으로 그 횟수가 잦아졌지요. 코로나 이후 ‘혼밥’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등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변함에 따라 앞으로 외식의 형태도 계속 바뀌어 갈 것으로 보여요. |
